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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투자가 실제로는 성과가 낮은 이유

by 리치오라 2025. 12. 31.

부동산 투자 세계에는 유독 매력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다. “이건 나만 알고 있는 정보야.” 남들은 모르는 개발 계획, 공개되기 전의 호재, 소수만 공유하는 매물. 이런 이야기들은 투자자를 흥분시키고, 선택에 확신을 더해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나만 알고 싶었던 투자’는 실제 성과가 낮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정보의 진위가 아니라, 비공개 정보가 주는 심리적 착각에 있다. 투자 실패의 원인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를 대하는 사고방식일 때가 많다.

 

나만 알고 싶은 투자가 실제로는 성과가 낮은 이유
나만 알고 싶은 투자가 실제로는 성과가 낮은 이유

1. 비공개 정보는 수익이 아니라 우월감을 먼저 준다

“나만 알고 있다”는 정보는 투자 판단을 날카롭게 하기보다, 감정을 먼저 자극한다. 이 정보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수익 가능성이 아니라 우월감이다. 남들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선택에 대한 자부심. 이 감정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냉정한 검토 과정을 쉽게 건너뛰게 만든다.

문제는 이 우월감이 판단의 브레이크를 제거한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따졌을 입지, 수요, 가격 수준, 리스크 요인을 “이 정보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덮어버린다. 정보 자체가 검증 대상이 아니라, 면죄부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특히 초보 투자자일수록 이 경향은 더 강하다. 아직 자신만의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정보’에 기대어 결정을 정당화하려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공개 정보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완전히 비공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문 단계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이거나, 이미 일부 시장 참여자에게는 알려진 정보인 경우가 많다. 다만 그것을 “나만 알고 있다”는 형태로 포장했을 뿐이다. 이때 투자자는 정보의 질이 아니라, 정보의 희소성에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 판단은 점점 정보 중심이 아니라 감정 중심으로 흐른다. “이건 기회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 다음에 이유를 붙인다. 결과적으로 정보는 분석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을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수익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정보가 틀려서가 아니라 이 정보가 투자자의 사고를 좁히기 때문이다.

 

2. 공개된 정보는 무시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는 관대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투자자들은 모두가 아는 정보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소수만 아는 정보에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뉴스, 통계, 공식 자료에는 “이미 늦었다”, “다 반영됐다”고 말하면서도,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에는 쉽게 마음을 연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개된 정보는 차별성을 주지 않지만, 비공개 정보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검증의 이중 잣대다. 공개 정보는 과하게 의심하고, 비공개 정보는 최소한의 검증만 거친다. “아는 사람이 말해줬다”, “현장 중개사가 귀띔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출처보다, 그 정보가 구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다.

예를 들어, 개발 호재가 있다면 그것이 실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는지, 가격에 이미 반영되어 있지는 않은지, 보유 기간 동안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비공개 정보에 매료된 상태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뒷전으로 밀린다. 정보 하나가 모든 불확실성을 덮어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공개 정보에 기반한 투자는 수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공개 정보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계속 업데이트되지만, 비공개 정보는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계속 믿게 된다. 이미 “특별한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판단을 수정하는 것이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결국 이 구조에서는 객관성이 사라진다. 공개된 데이터와 시장의 신호는 무시되고, 처음 들은 이야기 하나에 투자의 성패가 달리게 된다. 성과가 낮아지는 이유는 시장을 몰라서가 아니라, 시장보다 ‘이야기’를 더 신뢰했기 때문이다.

 

3. 나만 아는 투자는 출구 전략을 가장 늦게 만든다

성과가 낮아지는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비공개 정보 중심 투자가 출구 전략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 들어가느냐보다, 언제 나올 수 있느냐다. 그런데 ‘나만 아는 투자’일수록, 나올 이유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개된 시장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매수 이유가 “남들은 모르는 무언가”였기 때문에, 매도 판단 역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가격이 올라도 “아직 본격 반영 전”이라고 생각하고, 떨어져도 “정보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되면 투자는 점점 신념에 가까워진다.

또한 이런 투자는 유동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모두가 아는 입지, 모두가 이해하는 논리가 아니기 때문에, 매도 시점에 공감해 줄 상대가 적다. 결국 출구는 좁아지고, 보유 기간은 길어진다. 그 사이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관리 비용은 처음 계산에 없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건 장기적으로 봐야 해.” 하지만 장기 투자와 출구 없는 투자는 다르다. 전자는 계획이 있는 기다림이고, 후자는 판단을 미룬 결과다. ‘나만 알고 싶은 투자’는 계획보다는 믿음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경계가 쉽게 무너진다.

결국 성과가 낮아지는 이유는, 정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 정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투자는 비밀을 지키는 게임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남들이 다 아는 이유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는 그 자체로 유동성과 출구를 만들어준다. 진짜 좋은 투자는 숨길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설명할수록 단단해진다.